포경수술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외과적 시술 중 하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지역과 문화에 따라 그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는 시술이기도 합니다. 특히 유럽은 다른 지역과 달리 포경수술의 시행률이 매우 낮으며, 이를 문화적, 윤리적, 의료적 측면에서 철저히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포경수술의 기원부터 시작해 유럽 사회의 철학과 의료계의 방향까지 다각도로 분석하며, “왜 유럽은 포경을 하지 않는가?”에 대한 실질적인 답을 제시합니다.
✔️ 포경수술의 기원과 역사
포경수술의 시작은 기원전 2300년경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당시에는 종교적 의례나 성인식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되었으며, 당시 사회에서는 통과의례의 일종으로 신성하게 여겨졌습니다. 이후 유대교에서 이브리인 남성은 생후 8일째 되는 날 반드시 할례를 받아야 하는 종교적 의무가 생겼고,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포경은 ‘신과의 계약’ 또는 ‘청결의 일부’로 여겨져 널리 시행됩니다.
그러나 기독교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에서는 이런 전통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성경의 신약에서는 구약의 할례 규율을 폐지한 것으로 해석되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만으로 충분하다는 교리가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유럽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포경이 종교적 의무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사회적으로도 자연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19세기 말 미국에서는 청결을 이유로 신생아 포경이 권장되었고, 이는 곧 성욕 억제, 자위 방지 등의 도덕적 명분으로 확대 적용되었습니다. 반면 유럽은 같은 시기에도 포경수술의 유용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했으며, 의학적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은 수술에 대해 국가적 수준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처럼 포경에 대한 태도는 기원의 차이에서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문화와 과학, 윤리에 따라 더욱 큰 간극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 유럽 사회의 포경에 대한 관점
유럽에서는 ‘불필요한 수술은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사회 전반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동의 포경수술입니다. 독일 연방법원은 2012년 아동의 신체에 대한 자율성을 이유로, 부모가 종교적 이유로 아들에게 포경수술을 강행한 사례에 대해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유럽 전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아동의 신체는 아동 본인의 것이며, 되돌릴 수 없는 수술은 성인이 되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를 따릅니다. 유럽의 아동 인권 운동가들은 포경수술을 ‘비가역적이며, 동의 없는 신체 훼손’으로 간주하며, 국제인권기구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유럽연합(EU) 일부 국가에서는 비의학적 포경수술에 대해 의료인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거나, 일정 연령 미만의 아동에게는 시술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이유로 포경을 시행하는 공동체(이슬람, 유대교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일부 문화적 예외를 인정하긴 하지만, 이 또한 엄격한 의료 기준과 보호자 설명, 그리고 법적 감시하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 사회는 포경을 통한 ‘성기 청결 유지’라는 논리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유럽에서는 ‘성기 위생은 교육과 습관의 문제이지, 절제의 문제는 아니다’라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고, 교육과정을 통해 유소년기부터 철저한 위생교육을 실시합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유럽 시민들은 포경수술 없이도 문제없이 위생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오히려 ‘자연의 순리’로 여기며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유럽 의료계의 입장과 포경 대안
유럽의 의료계는 전반적으로 포경수술에 대해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시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입니다. NHS는 포경수술을 단순 예방 목적이나 종교적 이유로는 지원하지 않으며, 의학적 필요(지속적인 포피염, 병적인 포피 협착, 반복 감염 등)가 입증되어야만 수술을 허용합니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등도 동일한 기준을 따릅니다.
더 나아가 유럽은 수술에 앞서 ‘비수술적 치료법’을 먼저 적용합니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통한 포피 유연화, 수동적 스트레칭, 국소 치료 등이 주요 대안으로 활용되며, 실제로 많은 환자가 이러한 치료만으로도 정상적인 성기 기능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성기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포피가 후퇴하기 때문에, 조기 수술의 필요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유럽 의료계는 감각 손실, 수술 부작용, 감염 등의 부정적 결과에 대해서도 명확히 고지합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은 성적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성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의료계는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보호자 및 당사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에 있어 책임 있는 결정을 유도합니다.
또한 유럽의학협회 및 아동권리협회 등은 공동 성명을 통해 “모든 의학적 시술은 환자의 동의와 필요성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포경수술도 예외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유럽이 포경수술을 시행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문화적 차이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윤리적 기준, 아동의 권리에 대한 인식, 그리고 발전된 의료기술과 교육이 어우러져 ‘수술 없는 건강’이라는 가치를 정립해온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포경수술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단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 전체의 철학과 방향성으로 끌어올린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같이 포경수술이 오랫동안 당연시되어온 사회일수록, 유럽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수술을 선택하든 하지 않든, 중요한 것은 정보에 기반한 결정과 대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입니다. 우리는 이제 “무조건 해야 한다”가 아닌,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